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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커피
에디터
• 1년 전

이런 정책은 어때?서울 베끼기는 멈추고 매력 경쟁의 시대를 열자

오늘날 한국의 신도시 정책은 Simliarizatio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과 비슷하게. 이게 핵심이죠. 그러니 무조건 관청 옮겨 놓고, 길 대충 닦아 놓고, 아파트 몇 채 지어둔 다음 신도시라고 홍보하고 공무원이나 그 가족들부터 내려보냅니다.

신도시, 가보면 좋습니다. 좋아 보여요. 확실히 깨끗하고, 아파트도 삐까뻔쩍하고, 새로 지은 관청 건물도 까리하니, 신도시는 신도시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예요. 둘러보면 불편함 투성이입니다. 서울하고 비슷한 건 알겠는데, 애매하게 비슷하다 보니 서울 생각이 더 나요. '역시 서울이 더 낫네~' 신도시 둘러보고 난 다음에 내리는 최종 결론이 다 이겁니다. 그러니 인구가 다시 빠져나오고 기껏 돈 들여서 만들어 놓은 신도시가 베드 타운이 되는 겁니다.

'서울=Standard'라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합니다. 국가들도 매력 경쟁을 펼치는 마당에 도시가 천편일률적으로 대도시만 쫓아 가서야 되겠습니까? 신도시 정책은 Characterization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세종시에 스마트 시티를 건설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 전문가들은 도로를 넓히고 길을 반듯하게 닦아 놓은 다음 자율주행차를 시범 운영할 것을 주장했다고 합니다. 넓은 도로, 네모 반듯한 도로, 그리고 자율주행. 흔하디 흔한 소재였죠. 그러자 일부 전문가들이 '차 없는 도시'를 만들자고 주장했습니다. 도로를 2차선으로 줄이고, 제한속도도 줄이고, 자가용은 도시 밖에 주차하고, 도시 내에서는 시에서 제공하는 공유차량만 이용하는 거죠. 공유차량 이용에 대한 인센티브는 마일리지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당연히 처음에는 사람들이 반대했습니다. 멀쩡한 내 차를 두고 왜 공유차량을 타고 다니냐, 다른 도시들은 기본 4~5차선인데 2차선이라니 말이 되냐,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 시범 사업을 운영하자 평가가 달라졌습니다. 자가용이 사라져 여유 공간이 늘어나니 2차선인데도 4~5차선보다 넓어 보여 좋다, 교통사고가 없으니 안전해서 좋다, 마일리지 시스템이 의외로 모으는 재미가 있다, 긍정 평가가 늘어난 것이죠.

세종시는 여기에서 '매력'을 찾았나 봅니다. 남들이 다 덤비는 자율주행 모빌리티의 도입을 잠시 미루고 모두가 물음표를 던졌던 '차 없는 거리'라는 아이디어를 도시의 character로 만들었죠.

세종시 전체에 이 사업을 도입한 것도 아닙니다. 일부 구역에 도입한 것 뿐인데 반응이 좋습니다. 저는 세종시가 최고라고 주장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세종시의 정책을 과대 포장하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가뭄에 콩 나듯 하는 도시 정책의 성공 사례를 가져온 것 뿐이고 이 사례가 기존의 '서울 베끼기 전략'과 다른 지점에서 성과를 거둬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남다르기에 소개하고 싶었던 것 뿐입니다.

도시가 가진 매력을 발굴하고, 이를 무기 삼아 경쟁하려는 정책. 더 늘어나야 합니다. 한국 도시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부디 행정가들과 전략가들이 도시 정책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우리 도시와 지방의 경쟁력을 더욱 높여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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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토픽의 다른 의견이에요
🍮
모오나
• 1년 전

읽으면서 저는 세종시가 떠올랐어요. 이 곳은 지방소멸위험 문제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서울의 집중도를 분산시키기 위함이었던걸로 기억해요. 그리고 이곳이 기획했던 것보다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좀 더 보완해서 좋은 정책이 나오면 좋을 것 같아요. 또한, 기술의 발달로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업들이 많이 생겨났죠. 이 부분을 활용한다면 지방소멸을 늦출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CHAA
• 1년 전

젊은 사람들이 지방에 살고 싶어도 일자리도 문화생활도 너무 부족하니 살 수가 없죠. 지방의 특색을 살린 산업 도시로 적극적으로 발전시키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되는 곳은... 기업의 지방 이전이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방법 같아요. 한두 개 내려가는 게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내려보내면 서울 사람들도 어쩔 수 없이 지방으로 갈 생각을 하겠죠... 그러다 보면 그쪽 상권도 발달할 테고... 서울 사람들은 싫어하겠지만, 결국 서울수도권의 인구 과밀화 해결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이런 토픽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