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은 아직 섣불러!채용은 수치가 아니라, 가치를 평가하는 제도이다
AI는 데이터 수집 과정의 특성상 대상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데이터를 따르게 되어 있다. 소수의 반례는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은 소수의 반례로 가득한 집단이다. 소수의 반례가 모여 다수가 되고, 이 저정쩡한 공통점이 다수의 데이터를 이룰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서로 다르고, 설사 공통점이 있다 하더라도 그 공통점은 미묘한 차이라도 있기 마련이다. 이처럼 데이터의 수집 과정에서 AI는 특별한 경우를 인식하지 못한다. 또한 미묘한 차이를 알아차릴 경지에 오르려면 심리학부터 진화생물학, 철학까지 인간에 대한 통찰을 우선적으로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이다.
또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수치가 아니라 주관이다. 한 사람을 수치만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모범 답안에 얼마나 가까운지가 아니라 문제해결능력이 탁월한지를 판별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할 수 없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따라올 수 없는 능력 중 하나는 문제해결능력이라고 한다. 문제해결능력은 객관적인 수치가 아닌 개개인의 주관에 기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개인의 주관이 문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개개인은 인공지능과 달리 비리와 조작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공정성을 해칠 정도로 편향을 갖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공정성을 해치는 것은 면접의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이다. 우리나라가 과도한 경쟁 사회로 빠져들었기 때문에 한정된, 매우 극히 한정된 자원인 일자리를 두고 비리를 저지를 정도로 내몰려져 있다는 뜻이 아닌가? 게다가 사회적인 인식, 방송매체와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에서 내비치고 있는 소위 이상적인 사람의 모습을 강요하여 사람이 더더욱 ‘대기업, 좋은 대학’을 선호하고, 갈망하고, 넘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도록 개개인을 내몰고 강요한 사회 분위기와 상황의 문제이다. 지역격차로 인해서 대학과 지역시장이 극단적으로 한정되었고, 내수시장의 약화로 인해 재벌기업 등 다국적 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벌어져 대기업에 사람들의 목표가 집중되었다. 이로 인해 채용 과정에서 비리나 조작이 발생하고, 주관적인 개입이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 면접 과정에 사람이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누군들 악행을 저지르고 싶은 사람이 있으려나 싶다. 악행을 저지르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놓여 있을 때, 굳이 구태여 악행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그렇게 많다고 나는 믿고 싶지 않다. 만약 많다면 우리나라의 가정교육 문화부터 공교육 제도까지 사람을, 사회를 가꾸어 나가는 뿌리부터 바꾸어야 할 것이다.
대량살상 수학무기의 확장성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이 확장성을 ‘사람이 만든’인공지능이 한다고 하더라도 방지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도 결국 사람이 만들었다. 물론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주관적인 편향을 막을 수 있어도 대량살상 수학무기의 확장성에서, 인공지능의 ’만들어진 주관’에서 나오는 편향은 막지 못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다시 말하지만 과거의, 다수의 데이터를 따르고 이 데이터는 인공지능의 일종의 주관을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이 주관은 다수의 말이 무조건적으로 옳다는 다수의 횡포를 발생시킬 수 있다. 개개인의 주관 또한 편향되어 공정성을 망칠 수 있지만, 그 편향은 본래 사람의 생각과 성격을 이루는 것이다. 인공지능 또한 편향을 갖는다면, 차라리 그 편향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하지 않을까.
정리하면 인공지능은 과거 다수의 데이터가 만들어낸 색안경으로 사람을 판단하며, 들어오는 답변에 대해서 주관적인 판단을 가질 수 없고, 가지각색의 주관으로 이루어진 인간을 판단할 수 없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인공지능을 면접에 활용하는 방안은 주관이 들어가지 않은 질문, 즉 객관식에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은 모래를 걸러 내는 최종적인 그물망이 아닌 그저 큰 자갈들을 걸러내기만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보다는 인간이 편향을 갖더라도 인간을 평가하기 좋고, 그 편향이 본래 사람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앞으로 채용에 사용되어도 극히 일부 분야에서만 사용되어야 효율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 문제가 있다면, 해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보다 근원적인 문제에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리를 해결하려면, 인사 제도보다는 비리가 일어나는 이유를 먼저 생각한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외람된 소망을 덛붙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