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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밀조밀
• 2년 전

긍정전 국민 징병, 결국 가야하는 길

이 이슈를 논하기 위해서는 애초에 여성을 징병하지 않았던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군대를 남자만 보냈던 이유는 애초에 여성 인권이 낮았기 때문이다. 여성은 근대 이전부터 하나의 '시민'으로 대우받지 못했고 참정권이 생긴지도 오래되지 않았다. 군대는 '시민'만이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권리는 의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여성은 군 복무로부터 차별받아왔다.

이 문제는 여성은 남성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된다는 고정 관념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는 이제 남녀가 평등하며 한 개인이 맡지 못할 성역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원론적으로 여성의 징병을 막을 논리는 없다.

이제 남은 문제는 현실적인 문제이다.

여성이 군 복무에 신체적으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은 현재도 국가를 위해 복무하고 있는 여간부들을 무시하는 발언이다. 심지어 임신중에도 한명의 군인으로서 맡은 임무를 잘 수행하는 간부님도 계셨다.

여성이 남성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임신과 출산이라고 본다. 성평등에 관한 이슈가 올라올수록 가장 넘기 힘든 산이 징병과 출산이다. 이 둘이 동일 선상에 놓이는 이유는 고통이고 희생이라는 점도 있지만 필수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출산율 문제에 있어 심각한 고지를 밟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조율하기 위해서는 아주 정교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한다고 본다.

이 제도적 뒷받침이 없다면 사실 여성 징병 도입에 대한 논의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해결해야한다고 보고 지금 당장은 어려울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에는 가야하는 길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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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징병으로 군 인력 증대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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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밀조밀
네. 군 인력 증대도 무시할 수 없는 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군 복무를 하며 겪은 인력 부족 문제는 꽤 컸습니다. 경계 인력 부족으로 근무 재편, 감시 장비(CCTV)도입을 해야 했고 채워져야하는 편제가 채워지는 것에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제가 생각 할 때 여성이 박격포나 견인포, 전차 관련 등의 육체적 여건이 필요한 보직을 수행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군 내부에는 다양한 행정적 필요사항이 있고 그 부분에서는 큰 짐을 덜 수 있지 않을 까 싶습니다. 실내 야간 근무에도 많은 시간이 할애되고 있고 의무병이나 운전병, 무선통신 등은 충분히 여성도 맡을 수 있다고 판단이 됩니다.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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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 윤규진
모밀조밀님의 댓글을 보고 든 생각입니다. '인력의 부족'이라는 기능적인 측면은 말씀하신 대로 여성들을 징병한다면 충분히 나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육체적 능력이 필요한 병과에서 여성 병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그때도 여전히 양성평등주의적인 담론이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때 가서 보니 남성들이 '어차피 너희는 이런 병과 못 하잖아'라는 식으로 지금의 스탠스를 계속 끌고 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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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밀조밀
저보다 힘이 센 여성은 그런 병과에 투입해 마땅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여성은 힘이 덜 필요한 병과에 복무하도록 조치해야겠죠. 실제로 부대 내에서도 처음 배정받은 보직대로 일하게 되는 것이 아니며 신체적인 조건을 고려해 임무를 맡기는 편입니다. 남성과 여성의 문제라기보단 힘센 개인과 힘이 약한 개인의 차이라고 봐야겠네요. 양성이 평등하다는 말은 양성이 동일해야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힘이 약하면 양성이 평등할 수 없나요? 오히려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일을 다 할 수 있는 것이 평등이라고 생각합니다.
2년 전
😊
5조 윤규진
제가 말하는 것은 그게 평등이 아니라는 게 아닙니다. 말씀하셨듯이 여성들은 지금까지 징병으로부터 제외되어 왔고 이것이 남성들에게 '군대도 다녀오지 않았으니 이러한 문제는 정당화된다(혹은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요구받을 만 하다)'와 같은 식으로 양성평등이 저지된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성들과 남성들의 신체적 차이는 압도적으로 납니다. 따라서 일반적 남성들보다 힘이 센 여성들을 아무리 포병이나 공병 등에 투입한다 해도 그것은 여성들 중에 극소수일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앞서 제가 설명드린 '군대도 안 갔다온 사람들이' 로 시작하는 차별주의적 발화가 얼마나 줄어들 것인지, 저는 그것이 의문스럽다는 것입니다. 저런 발언을 원천적으로 틀어막는 방법은 모든 전투병과에 여성과 남성을 5 대 5로 편성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 그건 절대 불가능할 거 같거든요.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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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밀조밀
음 스키너님 남녀 차별이 '군대도 안 갔다온 사람들이'로 시작하는 발화때문에 심각한가요? 저는 이 사회가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가야할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원인은 여성들이 군대를 안 갔다와서가 아닙니다. 저는 그 근본적인 문제가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하는 사회 구조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성권력의 비대칭, 정치 권력의 비대칭, 사회 구조의 비대칭도 전부 자기 자신을 위해 돈을 벌 수 있느냐? 자기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느냐로 귀결된다고 봅니다. 여자가 돈을 많이 벌었다면 남자가 꾸미고 선택받기 위해 애쓰는 사회의 모습이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사회는 절대적으로 남자가 주가 되는 산업구조였기에 지금 우리가 직면하는 성차별이 존재하는 거죠. 이제 21세기 정보화사회에 이르러 여자도 남자 이상으로 두각을 낼 수 있는 분야들이 늘어났기에 우리가 성평등한 사회를 희망해볼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산업이 발전한다고 해서 힘쓰는 영역이 사라졌나요? 여전히 사회에는 힘이 세야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습니다. 말씀하셨듯이 여성은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힘에서 떨어집니다. 저는 사회 구조의 비대칭성과 아직 이어져내려오는 악폐습이 남녀 임금격차를 만들었고 이 생존력의 차이(개인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힘)가 성차별의 근간이라고 봅니다. 여전히 여성들이 힘싸움에서 밀리고 있는거죠. 따라서 그런 발화들을 틀어막는다고 남녀가 평등해지는것도 아니며 군대를 원천적으로 5:5로 편성할 수도 없습니다. 경찰, 소방에 여성을 50% 배치할 수도 없고 이공계에 여성들을 50%할당할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저는 사회구조의 변화, 제도의 뒷받침, 악폐습적인 선입견의 해소를 꼽고 싶네요. 저는 군대를 갔다 와야 남녀가 평등해진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여성도 하나의 똑같은 시민이므로 군대에 가야한다가 제 논지입니다. 이와는 별개의 말이지만 힘쓰는 일만 힘든게 아닙니다. 군대 행정직도 힘들어요. 저는 통신병이었는데 그렇다고 박격포병 나온 애들이 저를 무시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여성이 남성과 같은 사회적 지위를 가지게 된다면 '군대도 안 갔다 온 것들이'라는 선입견은 자연스레 사라질 것입니다.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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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 윤규진
제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항상 이런 걸로 꼬투리잡는 사람들이 있어서 문젭니다. 그 사람들의 발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근절하지 않고서는 생산적인 대화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발화들을 틀어막는다고 남녀가 평등해진다'라고 저는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여성들을 '동등하게' 배치하지 않는 것이 비생산적 대화의 단초가 된다는 이야기였지요. 모밀조밀님 논지는 잘 이해했습니다.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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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밀조밀
아 의견 감사합니다. 그런 사람들의 발화가능성을 근절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여성을 5:5로 동등하게 배치해도 그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을거라고 봅니다. 다른 꼬투리를 잡겠지요. 그냥 여성이 힘이 약해서 열등하다든가. 같은 일을 해도 효율이 떨어져서 열등하다든가. 고작 육체적 힘이나 군대갔다온 경력을 차별의 근거로 삼는 사람은 생각도 좁고 발언의 힘도 약한 사람들일게 뻔합니다. 논리가 부족하거든요. 바꿀 수 있는 사람들과의 얘기만이 사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끈다고 생각합니다. 또 사족입니다만. 저는 2016년에 처음 성평등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는 것을 보고 고무되었어요. 처음에는 페미니즘이라는 사상을 잘 몰라서 그냥 평등! 좋은 것! 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지금까지 페미니즘이 성평등에 미친 영향은 굉장히 부정적이라고 봅니다. 방향이 잘못되었어요. 사람들의 의식을 바꿔놓아야하는데 이를 더 틀어막고만 있는 것 같습니다. 유리 천장은 부서지지 않았는데, 유리 바닥은 부서지고 있어요. 요즘 젊은 남성들이 이런 여성 군대 관련한 이슈를 얘기하는 것이 백래쉬가 포함되어있다는걸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 근간에는 성평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를 이끌어낸 것은 명백히 페미니즘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사회가 성평등을 정말 이룩하고 싶다면 좀 더 발전된 사상이 필요하지 않은가 싶네요.
2년 전
😊
5조 윤규진
네, 저도 동의합니다. 래디컬 페미니즘으로 시작된 양성평등에 대한 담론이 더 생산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이렇게 퇴행적으로 나아간 이유는 중간에 방향 설정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2년 전
이 토픽의 다른 의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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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인증서
에디터
• 2년 전

당장 남북 관계를 극적으로 개선하거나 군 기술이 극적으로 발달하지 않는 이상, 징병 대상자를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시설이나 관리체계의 개선이 우선되어야 하는 건 맞음. 그런데, 정부에서 말한 것처럼 "연구와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라고만 하고 넘길 일이 아니라, 목표 시기와 운영 방식을 빠르게 정하여 도입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젠더 갈등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안전과 존속의 문제이기에 정치권의 빠른 대처가 있으면 좋겠다. 추가로.. 박용진 의원이 이야기하는 모병제는 솔직히 실현 가능성을 아직 잘 모르겠다. 모병제로 전환하는 것보다 징병 범위를 늘린 후 점차 모병제 전환하는 방식이 합리적이지 않나 싶음.

😊
5조 윤규진
• 2년 전

현재 징병제를 주장해야 한다는 측의 논리를 들어보면, 순수하게 기능적이고 군사적인 측면에만 맞춰서 바라본다면 계속해서 잠재적 인력=신생아의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그러나 인력이 부족하다기에는 군 내부에서의 '인적 자원'에 대한 홀대가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식단 문제는 수 년 전부터 계속 말이 나오는 상황이지요.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최근에 변희수 하사가 강제적으로 전역 처분을 받았고 목숨을 끊었는데, 만약 군의 인력이 그렇게 소중하다면 우수한 부사관으로 판정받은 인원을 (실질적인 기능의 저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식으로 내쫓으면 안 됩니다. 이것은 성 정체성에 관한 논의를 벗어나서라도, '인력이 부족하니까 우리는 여성까지 필요하다'라는 주장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군 내부의 추태였습니다. 또, 다른 문제로는 사회복무요원의 존재가 있는데, 우선 이들은 신체적-정신적으로 병역부적격 판정을 받았음에도 민간에서의 복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첫째, 여성들을 사회복무요원으로 돌리고, 기존의 사회복무요원 남성들의 '커트라인'을 복무인원으로 늘릴 수도 있습니다. 이 주장은 여성과 남성 간의 신체적 차이의 격차에 의해서 발생하는 주장입니다. 그러니까 모든 여성들을 '현역'으로 복무시킬 이유가 굳이 있느냐는 것이죠. 둘째로, 사회복무요원 자체가 강제노동이라는 판단을 받고 있는 지금, 일정한 신체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인원들 및 여성들을 병역의 의무를 지는 풀(pool)에 넣어야 하냐는 비판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들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 현 문제를 다루는 초석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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